‘놀러와’의 ‘놀라운’ 기획 원성윤의 세상읽기2009/05/19 23:20
장수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힘은 기획력에서 나온다. 요즘 유재석·김원희 2MC의 MBC <놀러와>를 볼 마다 드는 생각이다. <놀러와>는 집단 토크쇼라는 지극히 원초적인 포맷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똑같은 연예인이지만 이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묶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토크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매번 포맷들을 바꾸면서 장수하는 <놀러와>를 보면서 새삼 느낀다.
<놀러와> 1기에는 룰렛처럼 판을 돌려서 방청객의 호응 숫자를 넘기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에는 유재석, 김원희 외에 박명수, 노홍철이 있었고, 토크가 자신이 지목한 숫자를 넘기지 못하면 벌칙방에서 소리 내지 않고 매 맞기 등의 벌칙을 당했다. 그때가 벌써 2004년이다. 괜찮은 기획이었지만 이를 과감히 접은 제작진은 2기로 넘어와서 물방개팀(유재석)과 불나방팀(김원희)을 나눠 야구 형식을 취했다. 토크가 재밌으면 홈런, 재미없으면 1루타로 나가는 방식이다. 그것도 괜찮았다.
3기로 넘어오자 스타 인라인 같은 포맷을 통해 스타들의 친구 혹은 선후배와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넘어갔다. 최근에는 골방 밀착토크를 통해 좀 더 친숙하고 친근한 이야기를 듣는다. 드라마나 영화 홍보차 들르는 게스트들이 많지만 그 와중에서도 최근에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 더러 있었다.
가령 해외 교포경험이 있는 연예인(박준규, H-유진, 크라운J, 최여진)들을 초청해 교포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듣게 한 것은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또 KBS에서 퇴출당한 윤도현을 데려다가 <윤도현의 러브레터> 특집을 한 점은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리플해 주세요’로 뜬 김제동, <러브레터> 특집을 장식했던 드렁큰타이거 타이거 JK 그리고 윤미래가 출연해 1시간동안 <러브레터> 이야기만 주구장창 했다.
지난 18일 방송에는 <서세원 쇼>의 불후의 코너인 ‘토크박스’에서 왕중왕을 했거나 1위를 다수 차지한 연예인들을 불러 <서세원 쇼>를 재현해 냈다. ‘토크박스’는 당시 015B 멤버였던 장호일이 주제에 해당하는 주사위를 굴리면 이에 맞춰 토크배틀을 벌이는 형식이었다. 이날 출연한 멤버는 1999년을 주름잡았던 주영훈, 유채영, 송은이, 김지훈, 김한석 등이었다. 여기에는 유재석도 포함된다. 이들은 토크박스 1위를 차지하던 입담을 유감없이 뽐냈다.
따로 따로는 그동안 봐왔던 인물들이지만,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 등을 제치고 MBC <놀러와>가 월요 심야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경쟁에서 7주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한 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TNS미디어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방송된 <놀러와>는 전국시청률 10.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1일 방송분이 기록한 시청률 9.7%보다 0.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물론 전시간에 방송되는 <내조의 여왕>이 30%를 상회하는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어쨌거나 <놀러와>의 장수, 특히 전혀 다른 사람들을 새롭게 묶어내는 <놀러와>에 박수를 보낸다.
